신문 ㆍ단문ㆍ소설
삶에서 죽음을 옮겨가는 일은 바람이 불거나 날이 저무는
일과도 같다 ㆍ김현 ㆍ라면을 끓이며 중ㆍㆍ
운명은 내가 선택하거나 기획한 것은 아니다
2015년 여름에 ㆍ나은 시간이 많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 아는 나이가 되어서 ㆍㆍ
끝끝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무서움이 저녁 갯벌에 가득하고 ㆍ먼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온 내 짐보따리는 무겁다
나는 놀기를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한다 .나는 일이라면 딱 질색이다 .내가 일을 싫어하는 까닭은 분명하고도 정당하다 .
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키기 때문이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낮선 사물이 되어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 .일이 몸에서 겉돌아서 일 다로 몸 따로가 될 때 나는 불안하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외된 노동으로
밥을 먹었다 .김훈..
놀다보니 봄은 다 갔고 ..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행복에 대한 추억은 별것 없다 .다만 나날이 무사하기를 빈다.무사한 날들이 쌓여서 행복이 되든지
불행이 되든지 그저 하루하루가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순하게 세월이 흘러서 도 그렇게 순하게 세월이 끝나길 바란다
생명이 빠져나간 육신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고 .죽어가는 육신의 눈을 떠서 마지막 이승을 한 동안 바라보더니 눈을 감았다
그와 나는 마지막 시선을 교환하면서 작별했고 .차가운 흙구덩이로 들어가야 하는 것은 오로지 그의 몫이었다 .
그리고 또 나의 몫이기도 할 것이다 .다 똑같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그 무서움은 공유되는 것이 아니고 각각 저마다의 몫일 뿐이다
이 진부한 삶의 끝없는 순환에 안도 하였다.행복이나 기쁨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거듭되는 순환과 반복은
얼마나 진지한 것인가 .나는 이 무사한 하루하루의 순환이 죽는 날까지 계속되기를 바랐고 그것을 내 모든 행복으로 삼기로했다
소각완료 ,라는 글자는 추호의 모호성이 없었다 .소각이 완료된 것이었다 .종말은 선명했고 가벼웠다 .삶의 종말은 참혹하게도 명석했다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이것은 인 나의 자연현상이다.